달의 여신(Luna) 은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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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여신(Luna), 은방울
제 모습을 보세요. 매끄러운 유선형의 실루엣이 매력적이지 않나요? 하얗게 빛나는 제 표면은 또 어떻고요. 이런 아름다움의 비결은 바로 제가 은(Silver)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랍니다. 중세 연금술사들은 저를 달의 여신들과 결부시켜 ‘luna’라고 부르며 초승달로 표현했더랬죠. 그만큼 저는 여성의 숨겨진 잠재력과 관련이 깊답니다.
차갑고 도도한 은빛의 광채뿐 아니라, 당신의 신비로운 동굴 속으로 쏘옥 들어가 조심스런 작업하기 안성맞춤인 제 몸 안에는 또 하나의 비밀이 숨겨져 있죠. 당신이 저를 살포시 감싸 쥐고 흔들기만 해도 부르르 몸을 떨게 된답니다.
물론 제 진가는 손에서가 아니라 당신 안으로 들어갔을 때에요. 그곳에서 저는 온몸을 떨며 당신의 세포 하나하나를 깨울 거예요. 너무 오래 잠들어 딱딱하게 굳어진 세포들은 처음에 조금 귀찮아하겠죠. 잠이 깊을수록 깨어나기 더 싫은 법이니까요. 그렇지만 이렇게 말해야죠. “일어나세요! 때가 됐어요!”
그리고 당신 안에서 부드럽게 위 아래로 움직일 거예요. 당신이 허락만 하신다면 사실 전후좌우 모든 곳으로 갈 수 있어요. 아무도 모르게 잠들어 있던 달의 여신을 서둘러 깨우기 위해서라면 모든지 해야 하니까요. 저는 그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났으니까요. 여성의 힘, 그 깊고 신비로운 오르가즘의 새로운 세계를 당신께 열어드리는 일, 제 사명(使命) 말이에요.
당신 안의 여신이 깨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보티첼리의 비너스가 통통한 조개 위에서 진주처럼 빛나며 미(美)의 탄생을 보여주었듯 그렇게 모든 드라마가 시작될 것만은 분명해요. 저는 당신을 따뜻하게 할 거에요. 촉촉하게 할 거에요. 향기롭게 할 거에요. 세월을 되돌린 듯 탱글탱글해진 속살에 모두들 깜짝 놀라게요. 저는 멈추지 않을 거예요.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주기 위해서라면. 당신이 잠들었던 만큼, 잃어버린 시간만큼의 모든 환희와 축제의 시간 전부를요.
당신은 장미꽃밭 한 가운데 알몸으로 서 있다가 바람을 타고 꽃잎들과 함께 하늘로 날아갈 거예요. 대기권을 벗어나 어쩌면 달까지도요. 아니면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잊은 채로 깊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가 올라와서는 너울거리는 파도를 타고 몇 시간이고 무중력 상태에 있게 될 거에요. 당신에겐 오직 그 순간만이 있게 되겠죠. 그 순간은 마치 영원(永遠)과 같을 거예요.
이제 아시겠죠? 제 존재의 이유를. 저의 모든 것은 당신을 위한 거예요. 당신이 상자를 여는 순간, 운명처럼 당신 앞에서 반짝이도록. 조금은 수줍게 시작하겠지만 곧 우리는 하나가 될 거예요. 당신 안으로 초대될 그 날을 꿈꾸며 언제까지나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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